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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첫 영어

내가 초등 3학년 때였던 것 같다. 당시에는 중학교 때부터 영어가 교과과정에 있었으므로 초등학교 때는 영어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 공부는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지 억지로 시킨다고 하는 공부는 나의 공부가 아니라는 신조로 공부를 크게 강요하지 않으셨던 부모님의 양육방식대로 나는 매일 놀고 또 놀았다. 그래서 나도 부모님도 나의 초등학교 성적은 기억을 잘하지 못한다. 예상하건대 뒷자리에서 머물렀던 듯하다. 친한 친구들이 하나둘 보습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놀 친구가 사라지자 공부에 관심이 없던 나는 친구 따라 학원을 가게 된다. 초등 필수과목을 한 분의 선생님께서 다 가르쳐주시는 말 그대로 보습학원이었다. 학교보다 더 빡빡한 학원이 재미없어질 때 쯤 학원에 영어 선생님이 한 분 새로 오셨고 기존 수업에 영어를 추가로 가르쳐 주셨다. 나름 시골학원에서도 선행을 해줬던 것이다. 영어 선생님은 알파벳을 칠판에 나열하시고 한글 자음, 모음과 매칭을 시키셨다. D(ㄷ), R(ㄹ), A(ㅏ), M(ㅁ), A(ㅏ) 이런 식으로 알파벳별로 소리가 나는 한글 자음, 모음으로 변환하여 외우게 하셨고 난 이 조합으로 영어가 완성이 되는 게 너무 신기할 뿐이었다. 파닉스(phonix) 를 이렇게 배웠던 것이다. 떠듬떠듬 영어단어를 읽을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영어단어를 하나하나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는 스스로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단어와 회화 위주로 즐겁게 영어를 공부했던 나는  중학교 첫 영어시험에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문법을 몰랐던 것이다. 당시 참고서였던 초록색의 성문 기초영문법을 주야장천 독학으로 공부했다. 그리고 문제집을 사서 풀고 또 풀었다. 문법은 그렇게 공부하고 독해는 그동안 영어단어를 잘 외워두었기에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고3이 되었고 반에서 영어를 잘하는 친구라는 칭찬은 나를 더 영어의 바다에서 춤추게 했다. 그러나 수능 입시공부 중 영어  듣기평가는 아무리 들어도 들리지 않았다. 시간이 없어 나는 이 부분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고 대신 문법과 독해를 철저히 하는 전략으로 갔다. 다행히 영어점수는 전국 상위권으로 나와서 나의 영어 자신감은 더 확장되었다. 그리고 대학교 때 토익(TOEIC)공부를 하는데 LC부분이 또 한 번 걸림돌이 되았다. 도무지 들리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학연수를 결심하게 되었다. (이후 어학연수를 가기까지의 과정은 나중에 다시 한번 글로 풀어 볼 생각이다.) 

2. [도서]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900점이 넘는 토익점수로 서류전형에 합격하고, 영어면접에서도 다행히 좋은 성적으로 회사에 최종 입사를 하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영어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일하게 된 업무는 국내 총판이라 본사가 마이애미에 따로 있어 이메일로 내용을 주고 받았고 본사직원이 한국으로 출장을 오면 업무관련 비즈니스 회화는 또 다른 세계였으며 사적인 자리에서의 반 비즈니스적인 회화는 더 어렵게 느껴졌다. 이쯤 되니 영어로 다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다른 부서로 지원하여 영어를 거의 쓸 일이 없는 곳에서 편하게 회사를 다녔던 것 같다. 이렇게 영어는 조금이라도 내려놓으면 바로 어려워지고 조금이라도 공부하면 살짝 자신감이 생기는 이런 사이클로 계속 반복이 되었다. 영어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다양한 방법으로 영어를 수십 년 동안 공부했던 나는 무엇보다도 김민식 PD가 추천하는 영어책을 통째로 그냥 외우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인 듯하다. 다소 무식하지만 그냥 외워서 툭! 치면 자연스럽게 그 문장이 나오게 만드는 것이다. 즉 몸으로 언어를 체득하는 것이다. 그러면 말은 할 수 있게 된다. 그가 말한 대로 영어는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평생 함께할 취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입시 위주로 영어를 공부해 왔던 우리에게 쉽지 않지만 말이다. 둘째 아이가 유치원에서 영어를 배우는 방법도 동일하다. 책속의 스토리를 통째로 외워 자동으로 말을 할 수있게 하는 방식이다. 기관마다 학습방식에 차이가 있겠지만 고전적인 이 방법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곳이 요즘은 흔하지 않다. 

3. 영어 습관[입트영]

현재는 아이들 영어 숙제를 봐주는 것 외에 영어 쓸 일이 없는 나는 왜 지금도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지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이유는 명확했다. 나의 최종목표인 경제적 자유를 이루게 되면 가보고 싶은 곳을 여행도 다녀야 할 텐데 의사소통을 남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아서다. 현지인들과 대화하면서 그 느낌을 그대로 내가 느끼고 싶어서이다. 나는 아침마다 EBS 라디오 입이 트이는 영어 방송을 듣고 문장을 통째로 외우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나의 recitation을 검사받는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영어를 공부하는 엄마들과 낭독 스터디 챌린지를  같이 하고 있다. 매일 외운 것을 녹음해서 밴드에 올리고 공유하는 것이다. 벌써 3년째 진행하고 있으며 모두 즐겁게 공부하고 있다. 이렇게 즐기면서 하는 영어 공부는 오래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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